근대문학 성립기, 작가로서의 주체 인식과 출판기구와의 관계성
『미디어의 시대-근대적 문학제도의 성립과 독서의 변천』은 일본의 소분샤출판(雙文社出版)에서 발행한 간 사토코 저 『미디어의 시대』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근대문학 성립기인 메이지 시대의 미디어의 형성과 근대적 독자의 성립, 그리고 작가의 자기인식이라는 세 요소가 교착하는 역동적인 ‘문학장’의 관계성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밝히고 있다.
전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장에서는 우선 메이지기의 저작권의식에 착목하여 출판관계법령의 성립과 관련지어 논의하고 있다. 제2장에서는 그 문제의식을 전개시켜 자율적인 작가라는 관념과 출판시장에서 경제행위로서의 ‘글쓰기’ 사이의 이율배반에 대해 고찰한다. 제3장에서는 제1,2장에서 구체적 사례로 든 오자키 코요(尾崎紅葉) 및 겐유샤(硯友社)와 깊은 관계에 있던 요시오카(吉岡) 서적점에 대하여 조사하고 보고하고 있다. 오자키 코요는 메이지 20년대부터 30년대(1887~1906년경)까지의 문학상황 속에서 광범위한 독자를 획득하고, 신문을 그의 주요한 작품발표의 장으로 삼아, 독자에 대해 가장 의식적인 작가였다. 또한 겐유샤라는 한 집필 집단의 영수로서 그 출판 매니지먼트의 핵심으로 유효하게 기능했었기 때문에 오자키 코요와 겐유샤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코요의 독자에 대한 관심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제4장에서 거론된 「독자평판기(讀者評判記)」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거의 주목받지 못했지만, 독자가 독자를 평판한다는 상정 하에 메이지 20년대의 독서계를 그려낸 흥미로운 저작이다. 그러한 독자의 욕망이 어떤 하나의 텍스트를 어떻게 변용시켜 가는가. 그런 관심에서 제5장에서는 코요의 미완성작 『금색야차(金色夜叉)』의 그 이후를 추적해 보았다. 『금색야차』가 그렇듯이 신문이라는 매스미디어는 필연적으로 공범으로서의 독자를 생성한다. 제6장에서는 『금색야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이지의 베스트셀러, 고스기 텐가이(小杉天外)의 『마풍연풍(魔風戀風)』을 대상으로 공범으로서의 독자의 생성과 그것이 결과적으로 은폐되어 가는 시대의 언설의 가치관에 대해 논하고 있다.
한편, 메이지기의 여성작가도 그 ‘여성’이라는 성(性) 때문에, 출판미디어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히구치 이치요(?口一葉)는 메이지시대에 가장 상품가치가 큰 여성작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자기인식에 대해서는 제9장에서 그 일단을 제시하였는데, 제7장에서는 ‘여성’이라는 성(性)을 가진 이치요의 신체 그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로서의 장을 형성했었던 사실을 『문학계』 동인이나 구사카 요시타카(久佐賀義孝)와의 ‘대화’ 장면을 통해서 고찰하고 있다. 제8장에서는 「통속서간문」을 대상으로 메이지기 여성들의 편지의 여러 가지 모습을 고찰하고 있다. 또한 제9장에서는 「규수소설」(1895.12)을 구체적 사례로써 고찰하고 더불어 그 당시 대단히 물의를 빚은 다자와 이나부네(田澤稻舟)의 작품을 분석하여 여성작가들의 문체 획득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시한다.
이와 같은 분석과 고찰을 통해 근대문학성립기에 작가의 자기인식이 출판기구와의 관계성속에서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그 일단을 보여주고자 한다. 자명한 전제가 되기 쉬운 작가주체의 생성 그 자체를, 뒤얽힌 관계성의 그물코에 되돌려 놓고 근본부터 되묻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적이다.
목차
머리말
제1장 근대문학 성립기의 한 측면_ 저작권 의식의 관점에서
제2장 '문사'의 경제사정 _ 집필행위의 성(聖)과 속(俗)
제3장 초기 게늉샤와 요시오카 서적점
제4장 '독자평판기'의 주변
제5장 백합과 다이아몬드 _『금색야차(金色夜叉)의 꿈』
제6장 고스기 텐가이『마풍연풍魔風戀風』의 전략
제7장 '대화'의 생성 _ 이치요의 장소로서의 신체
제8장 '통속서간문'의 가능성
제9장 유통되는 '규수작가閨秀作家' _ 메이지 20년대(19세기 후반)의 경우
저자 후기
역자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