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시의 모험과 움직이는 조선어」는 근대 초기에서 1930년대에 이르는 시기를 대상으로 한다. 다른 언어와의 부딪침 속에 자국어의 형식과 내용을 만들어가는 한편, 식민지 지방어로서 위상이 변화되어 가던 조선어의 현실에 대한 문학인들의 인식과 대응 방향, 그리고 그 속에서 근대적 형식을 실험해 나갔던 시인들의 시적 혁신의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1부에서는 1930년대 중 후반 조선어 창작 환경의 변동과 문단 안팎에서 지배적이었던 조선문학 담론의 영향 아래 근대시의 형식과 문체를 계발하고 성립해가는 과정을 살폈다. 특히 조선문학 담론과의 영향관계 속에 조선어의 근대적 형식과 문체를 구현해 내기 위한 모색의 과정을 정지용, 임화, 이상과 같은 작가들의 창작 방향과 실천을 통해 살펴본다. 이들 사이의 거리와 차이가 형성해낸 조선어 시형식의 성과와 의미를 평가함으로써, 한국 현대시사의 중요한 줄기를 형성하는 시적 흐름의 근저를 규명한다.
2부는 근대 초기와 1920년대 그리고 1930년대 각각의 시기에서 근대시의 언어가 마련되고 형식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중요한 결절점들, 그리고 조선어의 변동과 이행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번역 및 한자어 등과 시적 형식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최남선, 이광수, 현상윤, 최승구, 김억, 한용운, 이상 등의 텍스트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조선어의 현실을 재현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었던 근대적 시형식의 특질을 설명한다.
이 책은 국어-공용어-모국어-지방어 등의 위치와 위계가 변동하고 때로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제하는 식민지의 언어 현실과 그 속에서 움직였던 조선어의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한문과 외국어 그리고 일본어의 사이에서 조선어는 여전히 불안정한 형식으로 존재했고 또 그만큼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잠재된 표현 매체였다. 이 책에서 대상으로 한 작가들이 실험했거나 실현하고자 했던 조선어의 형식은 당시 많은 문학가들이 고민하고 모색하였던 조선 근대문학의 형태를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근대시의 모험과 움직이는 조선어」에서 구성하고 있는 조선어 시의 지형과 계보는 해방 이후의 한국 현대시의 전개 과정과도 밀접하게 연관어되 었어, 한국 현대시를 이해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식민지 조선문학 담론과 근대시의 형식
제1장 1930년대 조선문학 담론과 시쓰기
1. 조선어, 조선문학, 조선시의 위치
2. 조선어 시의 몇 가지 방향
제2장 조선문학 담론의 배경과 쟁점
1. 조선문학의 위상과 창작 환경의 변동
2. 조선문학의 규정과 국민문학의 건설
제3장 조선문학의 구상과 시의 혁신
1. 조선문학의 특수성과 문학의 전통
2. 조선문학의 역사성과 민족문학
3. 조선문학의 보편성과 세계문학
제4장 조선어의 탐구, 근대 시형의 창조
1. 모국어의 실현과 리듬의 창출 - 정지용
2. 민족어의 구상과 화법의 창조 - 임화
3. 보편 언어의 추구와 구성의 탐구 - 이상
제5장 근대문학의 탐색과 한국시의 지형
제2부 근대시의 형성과 조선어의 경계들
제1장 근대 형성기 시의 형식과 변화 과정
1. 근대시 형성기를 둘러싼 문제점들
2. 새로운 시의 근대적 성격에 관한 규정
3. 개인으로서의 시인과 개별적 화자의 음성
4. 화자 - 대상 - 독자 구도의 변화와 이동
5. 화법의 변화와 근대 시형의 탐색
6. 근대적 자아의 재현과 근대시
제2장 '조선'의 언어로 한용운에게 찾아온 '생각'
1. 한국근대시사에서『기탄자리』번역이 갖는 의의
2. 『님의 침묵』의 발생화 김억 번역본『기탄자리』의 관계
3. 『기탄자리』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본『님의 침묵』의 의미
4. 부정과 단절로서의 『님의 침묵』
제3장 이상(李箱)의 시쓰기와 '조선어'라는 사상
1. 대리적 개념으로서 (재)배치되는 조선어 문장
2. 근대 '민족어'와 '한자 / 한문'에 대한 사고
3. 이상 시에서의 한자 사용과 조선어 문장의 이동
4. 움직이는 조선어 - 근대 조선어의 경계들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