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시의 운율」은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의 근대한국학연구소 주관으로 2010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번역시의 운율’이라는 주제로 연 기획 세미나의 산물이다.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실제 번역 체험을 바탕으로 번역론에 아우르는 운율론을 모색하였으며, 제2부에서는 운율의 본질 탐구 후 나머지 실제 적용이 합당한가까지를 확인하고 있다.
이성일은 번역이란 축자적 말뒤집기가 아니라 원시를 충실히 이해한 번역자가 도착언어의 특성에 맞춘 재창작을 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조재룡은 리듬시학에 관한 소개서를 내었으며, 최근에는 한국 근대시 초기의 운율 이식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지희는 고은 시를 대상으로, 문학 전체를 번역하는 모험으로서의 번역이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직접 보여준다. 타자로서의 모국어 시가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 수 있는가를 성찰할 수 있다. 김영봉은 한시 전공자로서, 이해로서의 번역의 문제를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제시해 주고 있다. 번역을 통한 전달이 적확하기 위해서는 원시에서의 의미를 깊이 이해한 바탕 위에서 한국어 운율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말을 옮겨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김형태는 한시 번역 전범으로서의 「두시언해」가 넘어섰던 번역의 난문제를 사례로써 제시하고, 각기 언어적 바탕이 다른 한일 두 나라 간 한시 수창의 사례를 통하여 번역과정에서도 불변하는 공유항이 무엇인가를 살펴본다.
손종흠은 관념으로서의 운율이 아니라 실제로서의 운율을 대두시켜 한국시가 운율론에 하나의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김명복은 한국 운율론이 한계로 안고 있는 방법과 대상의 괴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한국시가 제바른 소리길을 찾아가는 지표로 윤동주의 「서시」를 제시하고 있다. 윤덕진은 가사 전공자로서 한동안 학계의 소외의 대상이었던 가사를 노래 부르는 흥취로서의 운율미란 무엇인가를 끈질기게 모색 탐구한 결과를 다시금 여실하게 보여준다. 규범시학의 운율론은 발전적인 운율론의 기반이 될 수 없다는 반성적 논의이다. 박애경은 우리 시가의 특수성의 핵심인 시와 노래의 결합태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시-한문/노래-우리말 표기 체계의 이중성에서 비롯된 분화는 한 쪽이 의미와 심상의 세련된 결합을 보인다면, 다른 쪽은 소리의 굴골을 통한 지정적인 토로 효과를 보이면서 시가라는 한 단위 안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노름을 해온 것이 우리시가 발전의 실상이라는 살핌에 바탕하고 있다. 박재민은 새로운 세대의 향가 연구자로서 이미 정확한 고증을 거친 향가 해독을 완결지은 바 있는데, 향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체계로서의 운율론을 설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실제와 이론 양면에 거친 번역과 운율의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하고 있다. 여러 차례의 치열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 탄생은 「번역시의 운율」은 한국시의 운율을 재정립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목차
책 머리에
제1부 번역시와 운율의 문제
시의 번역에서 운율의 이식은 가능한가? - 우리 고전시가 영역의 경우 (이성일)
'운문'의 '운문'으로의 번역은 가능한가? - 번역시의 귀납적 양감과 그 친화력에 대하여 (조재룡)
번역시의 운명 - 고은의 『만인보』영문번역본에 대한 고찰 (한지희)
한시 번역문에서 운율韻律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김영봉)
한시漢詩 번역의 의미와 난제難題들 - 『두시언해(杜詩諺解)』와 통신사(通信使) 필담창화집(筆談唱和集)의 경우를 중심으로(김형태)
제2부 한국시가 운율의 본질과 그 적용
한국시가 율격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 손종흠)
영어의 리듬Rhythm과 한글의 리듬 (김명복)
가사의 운율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윤덕진)
「가사의 운율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토론문 (김유경)
「가사의 운율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의 토론 답변 (윤덕진)
詩 / 歌의 위계화와 歌의 위상을 둘러싼 諸論 (박애경)
鄕歌 音步律考
普賢十願歌를 中心으로 (박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