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시기에 발행된 매체들은 근대문학의 주된 발표지면으로서 문학사 기술을 위한 물질적, 문화적 토대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근대 매체를 기반으로 한 근대문학의 역동성은 매체의 독자가 수동적인 존재에 머물지 않고 문학작품의 창작 주체로 변모하는 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극적인 위상 변화는 근대 매체가 문예면을 개설하고 독자 참여 제도를 시행하는 등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 책에서는 독자층의 세분화를 촉진하는 한편 문예면의 정착에 관여한 독자 참여 제도를 중심으로, 한국 근대문학 형성 과정의 일단을 살펴보았다.
『동아일보』는 조선 민중의 표현기관을 자처하며, 문화운동의 선전기관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3ㆍ1운동 이후 총독부는 문화정치를 표방하며 언론의 자유를 보장할 것처럼 선전하였다. 하지만 4차에 이르는 정간 조치와 1940년의 강제 폐간이 보여주듯이, 실제로는 신문에 대한 검열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갔다. 『동아일보』는 이러한 총독부의 언론 통제에 대해 문예면의 개설 및 증면으로 대응하였다. 문예는 비정치적인 영역에 속해 있어 비교적 검열에서 자유로웠을 뿐만 아니라, 민중 계몽에도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독자 참여 제도는 문예면이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