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은 「불함문화론」에서 ‘단군이 조선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는 유
일한 열쇠’이며 또한 ‘극동 문화의 옛 모습을 조망할 수 있는 지극히 중요한 동양학의
초석’이라고 적고 있다. 그런데 그 고대사의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
는 ‘白=’으로부터 시작하는 역사비교 언어학적 방법론을 통해서 가까스로 거머쥘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고대사 기술의 관건은 바로 언어학적 방법론의 적실성
여부가 되고 만다. 언어에 남겨져 있는 고대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일은 최남선뿐만
아니라 당시 민족의 기원을 천명하려는 이들에게는 필수적인 작업으로 여겨졌던 것처
럼 보인다. 그러나 언어학은 역사학의 그러한 시도를 늘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
았고 언제나 못마땅해 했다. 언어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알지 못하고 성급하게 결론
짓는 함량미달의 분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근대 역사학이 발견한 고대사라는 ‘투쟁의 장’에서 언어학은 과연 엄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떠맡을 수 있었던 것일까. 이 글에
서는 우선 최남선의 「불함문화론」을 통해 당대의 고대사 서술이 어떠한 방법론적 기
반 위에 서 있던 것인지를 특히 비교언어학적 방법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최남선의 이러한 방법론이나 입장이 결코 그만의 것이 아니라 그가 대결하려
고 했던 이들이나 그에게 문제를 제기했던 이들도 역시 공유했던 것임을 확인하고 그
들의 그러한 시도가 과연 적절한 것이었는지, 혹시 그러한 기획 자체에 어떤 난점이
내재해 있던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