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계몽기 단형 서사문학 자료전집}(上·下)은 계몽기 문학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한국근대문학의 실상에 올바로 접근하기는 요원하다는 판단에서 만들어진 자료집이다.
한국 근대문학은 한글 글쓰기를 통해 기존의 세계관에 대한 재편과 전복을 꿈꾸었던 선각자들, 그리고 그들이 글쓰기 공간으로 삼은 근대적 매체로 인해 출발할 수 있었다. 이 자료집에는 {그리스도신문}·{죠션·대한크리스도인회보}·{독립신문}·{협성회회보}·{매일신문}·{제국신문}·{대한매일신보}·{만세보}·{경향신문}·{대한민보}에 게재된 300여 편의 국문 단형 서사문학 작품들이 실려있다.
지금까지 한국 근대소설은 신소설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었다. 하지만 이 자료집은 신소설 이전에 있었던 다양한 서사양식의 전통과 변용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근대소설의 시작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한국 소설사의 빈자리를 메우려는 목적론적인 문학사관으로 계몽기의 서사문학을 엮은 자료집은 아니다. 어떤 대상의 근본적인 변화는 보통 그 대상이 속한 장(場)의 변화와 더불어 이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근대계몽기의 자료들을 시기와 매체에 따라 분류한 이 책은, 근대문학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여러 가지 조건들의 변화를 함께 담고 있다. 언어관과 문체의 변화,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인식, 근대적 문학 개념이 성립되기 이전의 여러 모색과 충돌의 과정이 300여 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이 자료집은 가히 계몽기 서사문학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근대계몽기는 일상으로부터 정치적 기획에 이르기까지 삶의 각 영역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다. 계몽기 문학작품에는 그러한 중층적인 근대성의 실현 과정이 각인되어 있다. {근대계몽기 단형 서사문학 자료전집}은 비단 문학에만 한정되지 않고 계몽기 사상이나 풍속, 언어, 역사를 연구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한국의 근대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해명한 최근 연구성과들과 더불어, 이 자료집 역시 근대계몽기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