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진의『 한국 근대극의 동역학 』(소명출판, 2020)은 우리 근대극의 형성과 전개의 과정을 창작극과 번역극, 미디어연극 등을 키워드로 하여 고찰한 것이다. 이는 우리 근대연극의 형성과정을 공공극장과 상업적인 대중극(신파극)의 등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던 저자의『 한국 근대연극의 형성 』(푸른사상, 2011)과 기본적인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연구의 대상을 당대의 사회와 문화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던 연극(희곡) 작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근대극은 최초의 희곡으로『 학지광 』에 발표된 이광수의 〈규한〉(1917)이나 극예술협회를 주축으로 전국을 순회했던 동우회 극단이 공연했던 조명희의 〈김영일의 사〉(1921년)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져왔다. 1910년대의 신파극은 기존의 판소리 같은 ‘구연극(舊演劇)’과 다른 ‘신연극(新演劇)’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신파극은 본격적인 근대극, 즉 ‘신극(新劇)’으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일본 신파(新派)의 영향으로 희곡 없이 구찌다테(口立て)로 공연되었고 남성배우인 온나가타(女形)가 여성인물을 연기하였으며 대부분의 레퍼토리들이 서구의 번안소설을 각색한 멜로드라마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연극사에서 근대극은 이러한 신파극을 극복하고 무엇보다도 사실주의적으로 쓰여진 창작 희곡이었다. 하지만 신파극과 근대극의 이항대립적 구분은 사실이 아니며 심지어 부당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근대극은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 또는 세력의 성취나 전유가 아니라, 신파극과 학생 소인극, 번안/번역극과 창작극, 여배우 등과 같은 여러 동인(動因)들이 제각기 분투하고 서로 교섭했던 실질적인 과정이자 이를 통해 추구되었던 이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근대극의 동역학 』은 그러한 과정의 역학(力學)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살펴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희곡은 쓰여진 대본이지만 어디까지나 연극의 일부이다. 희곡 연구는 궁극적으로 문학 연구가 아니라 연극 연구로 나아가며, 공연의 연극사적인 맥락과 함께 사회문화적인 맥락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대극의 연구대상은 쓰여진(출판된) 대본에 국한될 수 없으며, 나아가 창작극뿐만 아니라 번역(번안)극까지 포괄되어야 한다. 이 책이 1910년대 재미한인의 연극으로 시작하여,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일종의 사회문화적인 신드롬을 생산해냈던 톨스토이의 〈부활〉 및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과 같은 서구 번역극, 그리고 1920년에 시작된 소인극 운동과 함께 등장했던 일군의 고학생 드라마에 주목한 것은 이 때문이다.
제1장 신파극 개량과 근대극운동-서구 번역극과 창작극, 그리고 여배우 77 1. 근대극의 증후들 77 2. 일본의 근대극 순회공연과 그 영향 82 3. 이기세와 윤백남의 신파극 개량과 근대극의 시도 91
제2장 무대에 선 〈카츄샤〉와 번역극의 등장 104 1. 이제, 번안극에서 번역극으로 104 2. 예성좌의 번안극 〈코르시카의 형제〉, 그 절반의 성공 109 3. 〈부활〉의 번역 공연과 경로-런던에서 동경, 그리고 경성으로 116 4. 〈카츄샤〉의 멜로드라마적 근대성 132
제3장 카츄샤 이야기-〈부활〉의 대중서사와 그 문화변용 136 1. 〈부활〉의 대중서사, ‘카츄샤 이야기’ 136 2. 무대에 선 카츄샤-남성 욕망의 대상 142 3. 노래하는 카츄샤-애처로운 이별의 정한 150 4. 이야기되는 카츄샤-낭만적인 사랑의 여주인공 159 5. 대중서사, 그 해체와 재생의 오시리스Osiris 167
제4장 〈애사〉에서 〈희무정〉으로-식민지기 ?레미제라블?의 연극적 수용과 변용 170 1. 식민지 조선과 ?레미제라블? 170 2. 변사연극 〈애사〉와 ‘동정’의 멜로드라마 176 3. 활동사진 〈희무정〉과 ‘사회’ 비판 183 4. 윤백남의 ‘사회’의식-「연극과 사회」와 〈희무정〉의 각색 공연 188
제5장 입센극의 수용과 근대적 연극 언어의 형성 195 1. 근대적 연극 언어의 계기들 195 2. 입센극의 번역과 ‘토론’의 언어 201 3. 1910년대 창작희곡의 언어적 근대성 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