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는 소쉬르와 촘스키의 언어학이 공히 ‘언어적 공산주의’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들의 언어학이 해당 언어공동체의 화자라면 누구나 그 언어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는 점에서 실제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은폐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북한에서 발전시킨 이른바 ‘주체의 언어리론’을 ‘언어적 공산주의’라는 관점에서 검토한다. ‘주체의 언어리론’은 북한의 사회과학원에서 2005년 그들의 언어학적 성과를 집대성한 『조선어학전서』의 제1권으로 편집되었을 정도로 북한 언어학의 이론적 기반이 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주체의 언어리론’이 1960년대 후반부터 형성되어 2000년대까지 변화되어 온 양상을 정리하고, 특히 언어의 본질을 ‘통신적 기능’에서 찾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이를 통해 구체적인 의사소통과 분리된 채로 존재하는 언어를 가정하는 근대적 인식이 바로 ‘언어적 공산주의’를 가능케 하는 것이며, 이는 소쉬르나 촘스키의 언어학과 주체의 언어학이 다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시론적인 형태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북한을 특수한 사회로 바라보기보다는 그들이 생산한 텍스트를 통해 그들과 우리가 공유하는 ‘근대(modernity)’의 문제를 성찰하고 그 극복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Pierre Bourdieu criticized the linguistics of Saussure and Chomsky for being in the illusion of ‘linguistic communism.’ He argues that it conceals the unequal power relationships arising from the actual communication process under the premise that any speaker of a language community can use the language freely and equally. In this study, the ‘linguistic theory of the subject’ developed in North Korea is examined from the perspective of ‘linguistic communism.’ The ‘linguistic theory of the subject’ is a theoretical basis of North Korean linguistics. It is also the title of the volume 1 of The Collections of Chosun Linguistics, which compiles the linguistic achievements of North Korean Academy of Social Sciences in 2005. This study examines the changes in the ‘linguistic theory of the subject’ from the early 1970s to the 2000s. In particular, it focuses on what it means to find the essence of language in the ‘communicative function.’ The modern perception that a language exists separately from concrete communication is linked to ‘linguistic communism.’ It demonstrates that the linguistics of Saussure and Chomsky are not very different from the ‘linguistic theory of the subject.’ And this abstract has tried to suggest solutions to the probl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