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정인보 철학 사상의 기본 입장에 관해 실심과 실학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지금까지 정인보 철학 사상의 연구는 주로 양명학에 초점을 맞췄지만, 여기서는 근대기 한국철학의 형성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하여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의 철학 사상의 연원으로는 강화학의 전통과 스승 이건방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정인보에게 철학적 문제의식을 일으킨 사람은 박은식이었다. 박은식은 전통 리학이 본령학문의 지위를 회복하여 철학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양명학으로 수양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보았지만, 나중에 격물치지를 철학적 방법으로 수용함으로써 진아(眞我)는 인식과 실천의 철학적 주체라는 성격을 띤다. 정인보는 이러한 박은식의 진아론과 철학방법론에 영향 받았다. 처음 그는 양명학적 도덕수양을 강조하기 위해 본심을 말했지만, 나중에 실심을 강조하게 된다. 본심(양지)은 도덕적 판단과 가치론적 방향을 안내하는 등대의 역할을 하지만, 원리의 구체적인 인식과 실천을 위해서는 지각 작용을 지닌 주체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929년 출판된 「성호사설서」에는 실학을 중심으로 한 그의 한국철학적 구상이 함축되어 있다. 자연의 원리[理]에 의해 실제성[實]이 이루어지고, 실제성에 의해 구체적인 독자성[獨]이 형성되는데, 인간의 인식적 관점에서는 독자성에서 실제성으로 나아가고, 실제성에서 보편적 원리에 도달해야 한다. 정인보에 의하면, 우리민족의 독자적인 조선학에 의해 미미하나마 실제적인 원리를 다루는 실학이 연구되어 왔으며, 이러한 과학으로서의 실학과 조선학을 정식으로 출범시킨 사람이 곧 성호 이익이다. 그러나 이익은 과학으로서의 실학에만 머무르지 않았으며, 본원의 원리와 인(仁)을 체득한 철인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다. 본원의 인은 민족에 대한 측은함을 야기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원리라 할 수 있고, 이 때문에 철학으로서의 리학은 실학에 포함된다. 리학(철학)과 실학(과학)의 이 같은 중첩되고 위계적인 관계는 전통 성리학을 닮았다는 점에서 복고적이긴 하지만, 박은식에서 나타나는 전통 리학에서 기원한 철학과 서양 과학 사이의 괴리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으로 간주될 수 있다.
This paper explores the foundational tenets of Jeong In-bo's philosophical perspective, centering on the concepts of "silsim" (實心 sincere mind) and "silhak" (實學 practical learning). While previous studies on Jeong In-bo's philosophy have predominantly focused on Yangming learning, this paper aims to examine his philosophical ideas within the context of modern Korean philosophy. The roots of his philosophical thought can be traced back to the Ganghwa school tradition and his mentor, Lee Geon-bang. However, it was Park Eun-sik who instigated Jeong In-bo's awareness of the philosophical issues in modern Korean philosophy. Park Eun-sik proposed that to transform traditional Korean Neo-Confucianism into philosophy, the practical methods of Yangming learning should be adopted for self-cultivation. Yet, through a methodological compromise between Zhu Xi and Wang Yang-ming, Park Eun-sik's concept of "jinah" (真我 true self) evolved into a subject of recognition and practice. Jeong In-bo was significantly influenced by Park Eun-sik's "jinah" theory and philosophical methodology. Initially, he emphasized the cultivation of "bonsim" (本心 basic mind or liangzhi 良知) to underscore the moral cultivation of Yangming learning. However, he later shifted to "silsim" due to his belief that while bonsim serves as a guiding beacon for moral judgment and value-based direction, the mind requires cognitive functions for the concrete understanding and implementation of principles. The "Preface" of Miscellaneous Writings of Seongho, published in 1929, encapsulates Jeong In-bo's Korean philosophical conception centered on silhak.
According to Jeong In-bo, the Korean people have delved into silhak, exploring real and practical principles through independent Joseon studies. Seongho Yi Ik is credited with officially launching such practical learning as traditional science. However, Seongho Yi Ik did not confine himself solely to the realm of science; he also ascended to the level of philosophy by embracing the principles of original substance and humanity (仁). As this principle can evoke compassion for the people, lihak (理學 principle learning) as a philosophy is encompassed within silhak. Although the overlapping relationship between lihak (philosophy) and silhak (science) bears resemblance to Joseon Neo-Confucianism, it can be seen as a robust alternative to bridge the gap between the philosophy originating from Neo-Confucianism and Western science in Park Eun-sik’s philosophical frame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