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토지』 연재 시기별 박경리의 사상 및 ‘중국/일본관’의 변화 요인을 추적하면서 이러한 변화가 작품 속 ‘만주’ 형상화 방식에 어떻게 반영되어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쓴다. 『토지』는 1969년 6월부터 집필을 시작하여 1994년 8월을 끝으로 총 2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창작된 대하소설이다. 작가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나의 작품을 창작할 때, 처음 작품 구상과 작가의 사상·내면 의식은 시종일관 관철되기 어려우며 이는 정반대의 사유로 나아가 작품 서사에 반영되어 작품의 서사가 처음 구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박경리 역시도 26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자신의 사상·생각의 변화에 따라 최초에 설정했던 『토지』의 구상과 기획을 바꾸면서 집필을 해 나갔다. 특히 이러한 작가의 사상 변화에 따른 작품 서술의 변화는 4부 연재 시작 전후에 극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작품 서술 변화의 가장 큰 동인(動因)은 바로 작가의 ‘중국/일본관’의 변화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작품 서술의 변화는 소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이 글은 2부와 5부에 재현된 ‘만주’ 공간 형상화 방식에 주목했다. 그 이유는 2부와 5부에서의 ‘만주’가 당시 작가의 역사관 및 사회적으로 형성된 담론 등에 영향을 받으며 서로 대조적인 의미를 지닌 채 작품 속에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박경리는 『토지』에서 ‘만주’를 형상화할 때, 연재 시기별 작가의 역사관 변화에 따라 ‘만주’의 이미지를 새롭게 생성했다. 이 글은 연재 시기별 작가의 사상 및 역사관의 변화 요인을 두 가지로 보고 이를 중심으로 작품에서의 ‘만주’ 형상화 방식의 차이를 분석하고자 한다. 첫째는 2부 연재 당시 사회적으로 형성된 ‘간도’ 담론이며 둘째는 5부 연재를 앞둔 1989년에 경험한 ‘중국’ 여행이다. 2부에서 ‘만주’ 지역은 ‘간도’를 회복해야 할 ‘고토’로 여기고 있던 작가의 역사관과 1972년 2부 연재 당시 사회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간도’ 담론이 교섭하는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박경리는 2부에서 ‘만주’를 옛 이주 조선인들의 다양한 삶의 터전이자 회복해야 할 고토로 그리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을 모두 우리 민족에게 수난을 준 대상으로 그리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서술하는 데 있어 ‘민족주의’에 사로잡히는 것을 경계한 박경리는 4부 이후 태도를 바꿔 『토지』를 ‘민족주의’에 입각한 ‘일본론’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구상의 변화와 맞물려 작가는 ‘중국’을 여행하게 되고 ‘중국’ 여행에서 간도 이주민들의 후손들을 보게 된다. 여기서 작가의 동아시아 삼국을 바라보는 역사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중국 여행 이후 박경리는 ‘중국’을 우리와 같은 일제의 ‘피해국’이자 ‘소수 민족 정책’을 통해 우리 민족을 보호해주는 나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중국/한국’과 ‘일본’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로 일제 시기를 조망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이후 5부에서 ‘만주’는 ‘일본’에 의한 수난/저항 등 ‘민족주의’의 프리즘을 투과한 방식으로 형상화된다.
이처럼 박경리에게 있어서 ‘만주’는 연재 시기별 사회적 담론 및 자신의 경험에 의한 사상 변화로 인해 철저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형상화된 공간이다. 따라서 『토지』에서의 만주가 지닌 의미를 풍부하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연재 시기별 사회적 담론 및 개인적인 체험으로 인해 변화된 작가의 사상과 역사관을 읽어낼 필요가 있다.
This paper is used to track Park Kyung-ri's thoughts and the factors of change in the “historical perspective of China/Japan view” by period of serialization of “Toji” and to examine how these changes are reflected in the “Manchuria” shaping method in the work. “Toji” is a long-standing novel created for a total of 26 years, starting from June 1969 and ending in August 1994. When an artist creates a work for more than 20 years, it is difficult to carry out the first concept of the work and the artist's thoughts and inner consciousness, which may be reflected in the work's narrative for the opposite reason and move in a different direction than originally envisioned. For a long period of 26 years, Park Kyung-ri also wrote by changing the idea and plan of “Toji,” which was initially set according to changes in his thoughts. In particular, the change in the description of the work according to the change in the artist's ideology appears dramatically before and after the start of the series of four parts, and the biggest main cause of this change is the change in the artist's “historical perspective of China/Japan view.” Changes in the description of the work according to these changes appear in various ways in the novel, and this article focused on the 'Manchuria' spatial shaping method reproduced in the series of 2 parts and 5 parts. The reason is that “Manchuria” in the second and fifth parts was reproduced in the work with contrasting meanings, influenced by the author's view of history and socially formed discourse at the time. When Park Kyung-ri embodies “Manchuria” in “Toji” he created a new image of “Manchuria” according to the change in the author's view of history by period of serialization. This article aims to analyze the difference in the 'Manchuria' shape method in the work, focusing on two factors of the artist's thoughts and historical views by serial period. The first is the socially formed “Gando” discourse at the time of the second part's serialization, and the second is the “China” trip experienced in 1989 ahead of the fifth part's serialization. In the second part, the “Manchuria” area was formed in the process of negotiating the author's historical view, which was considered the “old land” to be restored, and the socially formed “Gando” discourse at the time of the second part of the series in 1972. For this reason, in the second part, Park Kyung-ri depicts Manchuria as a diverse home for the lives of former migrant Koreans and a place to recover, and both China and Japan are depicted as objects that have caused suffering to our people. However, Park Gyeong-ri, who was wary of being obsessed with “nationalism” in describing the work, changed her attitude after the fourth part and tried to make “Toji” a “Japanese theory” based on “nationalism.” At this time, the writer travels to China, where he faces the descendants of Gando migrants. Through this experience, the artist changed his historical perspective on the three East Asian countries, and after his trip to China, he defined China as a “damaged country” by Japanese imperialism. Furthermore, the author positively recognizes China, which conducts 'minority national policies' to protect our people. This change in perception resulted in a view of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with the dichotomous structure of “China/Korea” and “Japan,” and later in part 5, “Manchuria” is embodied in a way that penetrated the prism of “nationalism” such as suffering/resistance by “Japan.” As such, “Manchuria” was a space formed through a sense of purpose created by changes in social discourse and ideas based on the writer's experience according to the period of serialization. Therefore, in order to interpret Manchuria's meaning in “Toji” in abundance, it is necessary to read the writer's thoughts and historical views that have changed due to social discourse and personal experiences by period of serializ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