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서 근대와 기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근대는 기독교의 모습을 하고 전파되었으며, 기독교 역시 근대의 종교로서 전파되었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제국주의의 모습으로, 때로는 민중과 밀착한 종교의 모습으로 등장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어쨌건 기독교는 동아시아 전통과의 대척점에서 서구 문명의 대표로 자리하였고, 격동의 근대화를 겪으며 동아시아 각국에서 다른 모습으로 토착화했다. 한국 기독교, 중국 기독교, 일본 기독교가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변해 간 것이다. 한국에서 기독교는 자유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공산주의의 대척점이자 국가주의에 대한 저항축으로 자리하는 한편, 중국에서는 비기독교 운동을 거쳐 삼자교회로 대표되는 애국적 기독교로 자리하였고, 일본에서는 제국주의적 모습을 띠는가 하면 그 대척점으로의 모습도 가졌다. 이처럼 각국이 기독교를 다른 모습으로 변모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기독교 역시 각국을 다른 모습으로 변모시켰다. 이 책은 이처럼 동아시아의 근대와 기독교가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지나온 역사를 되돌아본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근대로서의 기독교’와 ‘기독교적 근대’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