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물이라도 보는 사람마다 감상이 다른 것은, 사람마다 서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리적인 장소가 다를 수도 있고, 그 날 그 사람의 기분이 다를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그 사람의 성장 배경, 가치관 등이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한다.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에 대한 연구방법 이론도 방법론 자체의 자율적인 운동 과정 안에 놓여있다기보다는 한 시대의 특정한 사회?역사적 조건 또는 시대의 상황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다시 말해 비단 연구대상인 문학 작품 뿐만이 아니라 그것을 연구하는 이론 또한 시대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를 검토하는 것은, 한국 근대정신사 또는 한국 근대문학사의 전개 과정을 다시 정리하는 작업이다.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와 실제』에서는 기존의 비평사 연구와 달리 한국의 근대소설 텍스트를 연구하면서 단편적이거나 주관적 또는 인상적 비평의 방식이 아니라, 이론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특정 연구방법 또는 학문적 방법론에 기초했던 논의들을 역사적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와 실제』에서는 연구방법 이론의 고찰이니 만큼 유행하는 특정 사상이나 세계관이 소설 비평과 연구에 활용된 사례는 다루지 않는다. 이러한 사상, 세계관이 소설 연구에서 과학적 체계를 가진 방법으로 정착화되는 경우만 주목한다. 예를 들어 임화의 경우, 카프 시기에 자신의 정치적 성격의 주장을 전달하고자 한 주관적 선전활동의 글쓰기는 이 연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1930년대 중후반부터 소설사를 기술하면서 한국 근대소설사의 전개과정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논리를 정초하는 작업으로 구성된 연구 성격의 논의들을 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주요한 유형으로 다룬다.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론의 도정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와 실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193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적 전개과정을 살피고 있다. 1930년대 후반의 ‘초기 마르크스주의 연구방법론’에서 시작된 한국 근대소설 연구방법론이 1950년대 ‘실증?비교문학과 형식주의 연구방법론’으로, 이어 1960년대는 ‘사회, 윤리(이데올로기) 연구방법론’, 1970년대 ‘리얼리즘론 대 구조주의, 심리학적, 신화 연구방법론’, 1980년대 ‘마르크스주의, 북한문예학과 문학텍스트사회학 연구방법론’, 1990년대 ‘문화, 페미니즘 연구방법론’, 2000년대 이후 ‘탈구조주의, 탈식민주의 연구방법론’과 최근의 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펼쳐진 도정을 각 시기적으로 면밀히 고찰한다. 후반부는 각 시기마다 기술된 연구방법 이론이 실제 어떻게 한국 근대소설 연구에 적용되었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피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근대소설 작가 중 해방 이전 시기에 활동을 시작한 작가―이인직, 이해조, 이광수, 김동인, 현진건, 염상섭, 최서해, 한설야, 이기영, 김유정, 이효석, 이상, 박태원, 이태준, 채만식, 강경애 등 16명을 대상으로 하여 각각의 작가와 작품에 개별 연구방법론을 적용하여 총 16장의 근대소설 연구사의 실제를 제시한다. 부록에는 ‘이인직 연구방법론의 역사’, ‘이해조 연구방법론의 역사’ 등의 각 작가별로 연구방법론의 역사를 정리하여 분류한 16개의 표를 수록했다.
목차
머리글
시작하며 ‘구체적 총체성’으로서의 소설연구방법론의 역사
제1부 근대소설 연구방법 이론의 역사 제1장 초기 마르크스주의 연구-1930년대 후반 ‘구체적 총체성’으로서의 소설사론-임화 ‘전형론’과 사회ㆍ윤리적 방법-김남천과 이원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