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연세근대한국학총서로 저자가 학위논문으로 제출했던 ?채만식 소설의 세계 인식과 미적 구조?와 학위논문에서 다루지 못했던 채만식과 사회주의의 관계, 그리고 채만식의 친일문제에 관한 두 편의 논문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채만식 문학 전체의 작품량으로 볼 때, 통상 풍자문학이라는 범주로 엮일 수 있는 것들은 대략 삼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반면에 풍자소설에서 보이는 강한 현실비판의식과 대비되는 허무주의적 경향의 작품들이 다수 존재한다. 저자는 이러한 풍자와 허무 사이의 거리와 낙차를 해명하는 것이 채만식 문학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러한 가설 하에 저자는 본격적으로 채만식 소설 세계의 인식을 문제 삼고, 그에 조응하는 채만식 소설의 미학적 구조와 내적 원리를 밝히고자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채만식 문학의 근원적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 ‘낭만적 세계 인식’, 혹은 ‘확실성에 대한 욕망’이라고 주장한다.
낭만적 세계 인식은 주어진 현실에 대한 완강한 부정과 이상형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생각을 기초적 관점으로 하여, 이 책의 제1부에서는 채만식 소설의 세계 인식과 미적 구조를 ‘낭만적 세계 인식과 이원적 대립의 구성’, ‘현실주의적 세계 인식과 이항적 대비의 구성’, ‘허무주의적 세계 인식과 병렬적 나열의 구성’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제2부에서는 먼저 채만식 문학과 사회주의와의 상관성, 혹은 카프와의 관계를 규명한다. 채만식은 이른 바 동반자 작가로 불리면서 사회주의 이념에 대해 적지 않은 호감을 표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그 이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으며 카프라는 조직 내에 속하지도 않고 줄곧 문학적 긴장을 유지했다. 저자는 낭만적 세계 인식과 관련하여 채만식에게 있어 사회주의는 추상적 이념형으로 기능했다는 점을 논증한다.
채만식의 친일문제와 관련해서 199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논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채만식의 친일문자행위는 문학 내·외적 정황으로 볼 때 명백한 것이다. 저자는 민족사적 관점에서 그가 친일을 했느냐 안했느냐를 판단하는 것보다 그의 친일 행위에 내포된 내적 논리를 규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낭만적 세계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채만식의 문학이 사회주의에는 동의하지 않은 것에 반해 친일의 논리에는 포섭되어 갔는지를 밝히는 일이 관건이 된다. 확실성에 대한 욕망으로 표현할 수 있는 채만식의 낭만적 세계 인식을 고려할 때, 친일이나 사회주의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라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사회주의 이념만큼이나 선명한 가치체계는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구보다 예술적 형상화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작가였던 채만식이 작품의 미학적 형식은 고려하지 않았던 사회주의 혹은 카프의 이념에 동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그에 반해 친일이라는 이데올로기는 문학적 형식의 문제와는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것이었기에, 채만식에게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자유로웠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목차
책머리에
제1부 채만식 소설의 세계 인식과 미적 구조
제1장 서론
1. 문제 제기와 연구사 검토 / 2. 분석의 시각과 방법
제2장 낭만적 세계 인식과 이원적 대립의 구성
1. 자기 욕망의 동일성과 초월의 구도 / 2. 풍자의 전략과 구조, 그 사적(史的) 전개의 의미 / 3. 단일성의 가치체계와 선험적 이념형의 지평 / 1) 평면적 인물과 의미의 집중 / 2) 당위론적 포괄과 욕망의 우열화 / 3) 서술 우위의 서사와 주관적 서술
제3장 현실주의적 세계 인식과 이항적 대비의 구성 91
1. 현실주의에서 허무주의로의 여로(旅路) / 2. 욕망의 존재론적 수용과 의미의 소거 / 3. 욕망의 복수적 계열화와 중립성의 의미 / 1) 유동적 인물과 의미의 집적 / 2) 존재·당위의 분열과 욕망의 양극화 / 3) 서술·묘사의 균형과 중립적 서술
제4장 허무주의적 세계 인식과 병렬적 나열의 구성
1. 허무주의의 수락과 체념의 논리 / 2. 허무의 그림자 걷어내기, 혹은 사소설(私小說)의 내적 동기 / 3. 욕망의 환유적 구조와 퇴행적 탈승화 / 1) 고형적 인물과 의미의 해체 / 2) 존재론적 포괄과 욕망의 탈승화 / 3) 묘사 우위의 서사와 자연주의적 서술
제5장 결론
제2부 채만식 문학의 내적 원리
제1장 채만식과 카프와의 관계
1. 문제 제기와 연구사 검토 / 2. 프로문학에 관한 채만식의 기본적 태도 / 3. 채만식과 카프의 논쟁-이갑기와의 논쟁을 중심으로 / 4. 채만식의 현실주의와 추상적 이념형으로서 사회주의
제2장 채만식 문학 연구의 반성―친일 문제와 관련하여
1. 채만식의 인식론적 분열과 친일문제 / 2. 채만식의 친일문자행위와 연구사 / 1) 친일과 항일의 이분법-김윤식의 경우 / 2) 친일의 내적 논리의 구성-류보선의 경우 / 3) 친일의 내적 논리의 구성-김재용과 한수영의 경우 / 4) 주관적 신념과 민족주의 담론의 오류-최유찬의 경우
제3장 결론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