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커다랗게 나누어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서정주와 영원성의 시학'은 지은이의 박사학위논문을 새롭게 수정하고 보완한 글이다. 이 글에서는 서정주 시의 내적 원리를 해명하는 키워드를 '영원성'의 시간의식에 두고, 그것의 본질과 내용, 그리고 기원과 역사, 변화를 {질마재 신화}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다루었다. 특히 {귀촉도} 이후 본격화되는 것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동양적 영원성에 대한 관심이 이미 193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고 있음을 기존 작품에 대한 새로 읽기와 그것을 뒷받침할 자료의 발굴을 통해 치밀하게 논증하고 있는 앞부분의 논의가 인상적이다. 또한 미당 시의 치부라 할만한 '친일' 문제에 대해서도 1940년대 국책문학으로서 '국민문학' 및 일본 시인 미요시 타츠지(三好達治)와의 연관 아래 설득력 있게 파헤치고 있다. 그리고 {신라초}에 집중적으로 표현된 미당의 신라와 풍류도에 대한 관심을 1950년대 후반 들어 급격히 확산되는 새로운 국민국가 건설을 위한 새로운 전통의 창안으로 보는 관점도 이전의 미당 연구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논의이다.
제2부 '서정주 시의 숨겨진 차원'은 말 그대로 서정주 시의 어떤 숨겨진 국면을 드러내고 밝히기 위해 씌어진 3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 [숨겨진 목소리의 진상-영향의 불안과 낭만적 격정]과 [전통의 변용과 현실의 굴절]은 미당의 시집 미수록 시 37편을 각각 해방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소개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밝힌 글이다. [서정주 시 텍스트의 몇 가지 문제]는 우리가 현재 접하고 있는 서정주의 문학전집과 시전집, 시선집들에 게재된 서지 및 문학사적 오류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함께, 쟁점의 여지가 많은 몇몇 1차 텍스트에 대해 원전비평을 시도한 글이다. 이 글에서 지은이는 전집이나 시선집에서 2연 구성으로 처리되는 [자화상]이 3연 구성일지도 모르며, [부활]의 쟁점 중에 하나인 등장인물 '유나(臾娜)'가 원래는 '수나( 娜)'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것들의 최초 발표본과 비교 대조함으로써 밝혀내고 있다. 이 글들은 그간 미당 연구에서 간과하거나 오류를 범했던 부분들을 찾아내고 수정함으로써 미당 시 텍스트의 사실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고 있다.
제3부 격인 '부록'에서는 전집이나 시집에 수록되지 못한 미당의 시와 산문을 발굴하여 실었다. 1933~1955년 사이의 시집 미수록 시 37편과 1935~1950년 사이의 전집 미수록 산문 6편이 그것이다. 시의 경우는 이미 지은이가 두 차례에 걸쳐 그 전모를 공개한 바 있으며, 그것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특히 등단 이전의 신문 및 문예지 투고작, 1930년대 후반의 [풀밭에 누어], [살구꽃 필때], 해방 후의 [춘향옥중가(3)], [산중문답] 등의 시는 미당의 시의식과 그 변화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산문 중에서는 1938년 작인 [배회]와 1950년 작인 [모윤숙 선생에게]가 특히 주목된다. 전자에서는 서구적 의미의 순수시에 대한 열망과 프랑스 시인 랭보에 대한 깊숙한 경사가, 후자에서는 '영원성'의 보고로서 '신라'에 대한 지향이 본격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글들은 그런 의미에서 미당의 시의식의 변화와 행보, 그리고 영원성 시학의 전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산문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지은이의 노력에 의해 우리는 사장될 뻔한 미당 문학의 새로운 면모를 맛보게 되었는 바, 이것은 이후의 미당 연구에 밀도를 더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