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윌슨 사상의 핵심 개념들인 ‘자결(self-determination)’과 ‘네이션(nation)’의 의미를 개념사적 관점에서 재검토함으로써, 1차 대전 후 national self-determination을 둘러싸고 한일 간에 벌어진 해석들의 갈등을 조명할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윌슨의 사상은 통상 ‘민족자결’로 번역되어 한국의 3·1 운동에 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지만, 1910년대 말의 시점에서 윌슨의 자결론 및 네이션 개념과 식민지 민족의 자결(분리독립)은 결코 자명하게 연결될 수 있는 개념쌍이 아니었다. 윌슨의 전후 유럽질서 구상은 외적주권을 승인받은 ‘nations의 평등’과 내적주권상 ‘people의 동의에 입각한 통치’라는 두 가지 원리를 핵심으로 삼았다. 윌슨 사상에서 ‘자결’은 people이 스스로의 내적주권을 결정할 수있는 권리라는 뜻일 뿐, 식민지민족이나 소수민족들의 분리독립(secession)이라는 외적주권을 지시하는 개념이 아니었다. 이때 people은 미국혁명 전통에서의 정치적 ‘인민’을, nation은 이미 대외적으로 주권을 승인받은 국가의 ‘국민’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대내적 주권에서의 ‘자결’권, 즉 인민(people)의 동의에 기초한 통치라는 원리를 일반화할 때, 식민통치를 거부하며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식민지 민족들(peoples)의 대외적 주권 요구마저 정당화하는 해석상의 난점이 생겨났다.
미국 국무부장관 랜싱은 인민의 자결권이 문명화되지 못한 민족들(peoples)과 인종들(races)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못박음으로써 이러한 해석상의 혼란을 봉쇄하고자 했다. 윌슨이 학자 시절에 남긴 강의록과 저술은 그 역시 자결, 곧 인민의 자기-통치(self-government)란 문명의 오랜 훈련을 통해 획득될 수 있는 것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윌슨의 자기통치 개념은 블룬칠리와 헤겔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기적 국가론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으며, 이런 맥락에서 nation(Volk)은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주관적 의지와 자유라는 이념 실현을 향한 이성적 의지가 통일된 상태로서의 고도로 문명화된 국민을 뜻했다. 결국 어떤 정치체가 문명적, 주권적 nation임을 결정하는 열강들의 대외적 ‘승인’이야말로 한 정치체에 속한 people의 ‘자결’의 권리를 결정하는 최종심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윌슨 사상은 다양한 민족들의 주권 주장과 national claims 을 힘의 강약을 떠나 ‘인류의 법정’(국제연맹 규약 11조)에서 공평하게 논의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나름의 ‘보편주의적’ 이상을 품고 있었다. 또한 ‘영토의 보전’(국제연맹 규약 10조) 원칙이 기존에 승인된 주권국가들에 대한 ‘외적’ 침략을 막는 것일 뿐 한 국가 내 people의 혁명을 막는 것이 아님을 강조함으로써 ‘승인’과 ‘자결’의 결정 심급이 전도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았다. 윌슨 자신은 여전히 서구중심적 문명론과 발전론적 역사관이라는 한계 안에 머물러 있었지만, 윌슨의 말이 품고 있었던 해방의 잠재력은 2차 대전 후 피식민자들이 혁명적 봉기를 통해 자결의 권리를 선포하고 마침내 외적주권의 승인마저 쟁취했던 역사속에서 일정 정도 실현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전개 과정은 보편적 이상이 지배자에 의한 계몽과 시혜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억압받는 people의 저항과 법정초적 폭력 속에서 선포되고 갱신되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 This essay explores Woodrow Wilson’s thoughts by reexamining the key concepts of ‘self-determination’ and ‘nation’ from the perspective of conceptual history. His plan for the post-war international order focused on ‘equality of nations’ and ‘the government based on the consent of the governed.’ ‘self-determination’ meant people’s right for determining the sovereignty form on the level of the inner sovereignty, not any right for seccession of the colonial peoples or minorities on the level of the outer sovereignty. ‘People’ refers to the political people(人民) in the tradition of the American Revolution(“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while ‘nation’ is confined to the state-nation(國民). However, there still remains the interpretative aporia that if people’s right for self-determination is applied in general, it might justify colonial peoples’ demand for the outer sovereignty by resisting against the colonial government.
Wilson’s academic writings show us that he didn’t agree with any idea of colonial peoples’ right for self-determination because he, following Hegel and J.C. Bluntcshli, regarded self-determination or self-government as the property which can be obtained only through long training of civilization. In this respect, the ‘recognition’ of the outer sovereignty by the international order was presupposed as the ultimate instance which ‘determines’ the people’s right of ‘self-determination.’
Despite the limitations of Wilson’s West-centrism, however, his thoughts include a ‘universal ideal’ in that he suggested any national claims should be publicly discussed and fairly judged in ‘the court of humankind’ regardless of power difference of each participant. Moreover, he opened the way to the reverse of the instances of ‘determination’ by highlighting that the principle of ‘the integrity of territories’, just preventing a strong country’s invasion of a weak country, would never prevent the revolution of the people in any country. The possibility was realized when the colonized peoples declared their own right for self-determination in the revolutionary uprisings against the colonial governments and finally forced the international society to ‘recognize’ their self-determination right. The court of history, however teaches a lesson that any universal ideal was declared and renewed over and over again by the law-founding violence of the oppressed who resisted against the oppressive regime, not by any enlightenment and dispensation by the oppr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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