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대학과 지역별로 지역학 연구소가 건립되고 지역문화, 지역민의 삶의 질, 지 방의 정체성에 대한 이론적 체계화를 지향하는 연구를 쏟아내고 있다. 이는 지역민들의 인식 전환과 역량 증진의 결과로써 전개되는 학술문화운동이며 지역의 독자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 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지역학 연구가 방법론과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채 양적으로만 방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지역에 대한 모든 연구가 해당 지역학’ 이라고 전제하고 지역의 이름으로 단편적이고 나열적인 연구가 통제 없이 양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이는 기존 한국학 연구체계를 따르고 연구방법론을 모방하는데 따른 것으 로 보인다. 또한 지역학만의 독자적인 연구방법론의 결핍과 배타적인 지역주의, 비전문적인 요원들이 대거 참여함에 따른 비체계성까지 덧붙여져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학과 이를 모방-변주한 지역학 공히 학제간 융합, 총체적이고 독자적인 연구방법론 과 틀이 모색되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분과 학문들의 연구성과를 종합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지역학연구를 위해 이미 이룩한 성과를 더욱 확대하면서 기본 성격이나 방향 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향하는 바가 분명한 기본 이론이 있어야 구체적인 방법론을 마 련하고 정책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 본다. 지역학은 궁극적으로 현상적인 ‘Studies’에 머무르 지 않고 ‘-logy’를 지향하는 학문의 의지가 담겨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하나의 학문이 학 문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하기 위해 연구대상을 확정해야 될 뿐 아니라 그를 지탱해주는 사상 적․방법적 기초를 근간으로 하는 독특한 방법론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지역 학은 단순히 ‘지역에 관한 다양한 학문연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역학을 담당할 당장의 연구인력은 지역소재 대학 연구자들이 나설 수 있지만 궁극적으 로는 지역학, 지방학 연구를 소명으로 하는 전문연구자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이 연구자로 정착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소재 대학만이 아닌 중앙 연구비 지원기관의 지역학분야 지원이 범주화되어야 한다. 소 장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해당 지역학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방안의 강구가 될 것이다. 또 한 지역학 연구자의 세대 간 균등한 연구력 배출을 위해 단계적․지속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 하다. 인적 인프라 구축을 통해 연구 활동의 활동성 제고 및 연구자 간 교류 활성화가 중요 할 것이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알찬 지역학 연구가 진행될 때 지역 내 비전문가들의 연구수 준의 제고도 견인해 낼 수 있으리라 본다. 우리 학계에서 지역학을 연구하는 기관과 연구자들은 기계적이고 평면적이고 단편적이기보다는 실증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을 지향하고 체계적인 논문의 완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학 문풍토를 조성하여 독자적인 방법론의 형성과 획기적인 변화 발전이 이룩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