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계몽기라는 1890년대에서 1910년까지의 시기
는 여러 신문과 잡지를 통해 ‘국문’과 관련된 논의들이 백출하던 시기이
다. 우선 어떤 문자를 쓸 것인가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이는 곧 국문과
한문의 우열을 가리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이에 이어지는 것은
국문을 어떻게 쓰는 것이 옳은가에 관한 논의였다. 그런데 1905년이 넘
어가면 이러한 문자 위주의 논의를 넘어서 문장 차원의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나타난다. 즉 문제는 문자가 아니라 문장이라는 것, 한자를 쓰더
라도 우리의 문장을 적으면 그만이라는 주장이다. 한자 사용에 날카롭게
대립한 문자 중심의 논의가 중세적 세계와 단절한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인이라는 주체를 상정했다면, 결국 우리말 통사구조에 입각한 글쓰
기를 주장한 문장 차원의 논의는 한국어 문법을 공유한 균질적 주체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어’라는 용어가 일반화하는
시점이 1905년 이후라는 점도 시사적인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