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단재 신채호의 역사의식 변화에 동반되는 서양철학의 양상을 탐구
한다. 최초의 근대역사가로 간주되는 그는 강점기 직전에 쓴 독사신론(1909)
과 강점기에 쓴 조선상고사의 “총론”(1921)에서 상이한 역사서술양상을 보여주
는데, 그 배후에 상이한 서양의 사상이 작동한다. 초기의 독사신론에는 사회진
화론이 원리로서 작용하는데, 이것이 역사서술에 어떻게 내장되어 있는지, 그 철
학적 의의와 한계를 살핀다. “총론”에는 독일관념론, 특히 피히테의 사상이 눈에
띤다. 피히테는 그가 역사를 투쟁의 시각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눈을 제공한다. 이
시기 그의 투쟁관을 통상 그러하듯 사회주의적인 혹은 무정부주의적인 형태로
읽을 필요가 없는 이유이다. 피히테의 철학이 단재의 사상에 어떤 방식으로 투영
되어 있는지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