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국가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동질적인 구성원으로 느끼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요소는 ‘하나의 언어’이다. 불평등 속에서도 국가를 구성케 하는 국어를 그리고 그 국어를 연구하는 국어학은 근대국가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국가장치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국어의 사상’을 넘어선다는 것에 대하여』는 그러한 국어학(근대 언어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최초의 시도이다. 이 책은 바람직한 문장에 대한 전범이나 올바른 글쓰기 규범이 근대언어학 성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선 글쓰기 규범에 대한 논의로 글을 시작한다. 근대 한국어학의 이론적 배경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비표준어의 공적 글쓰기가 배제된 소수어 배제 문제를 다룬다. 남북통일을 가정한다면, 하나의 표준형을 선택해야 하는 현재의 언어학은 평화 공존이라는 이상을 깨뜨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의사소통의 개념을 지적한다. 현재의 개념은 등가교환을 모델로 삼고 있다. 이는 의사소통의 목적을 정보 교환에 한정한다. 하지만 우리는 말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를 형성한다. 이를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의사소통 모델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