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어둠을 뚫고 빛 속으로 나아간 작가
현재진행형의 김사량문학
김사량에 관한 연구는 남북 분단과 냉전 체제의 영향을 오래도록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이데올로기적인 이유로 1980년대 후반까지 김사량문학에 대한 연구는 터부였다. 김사량의 작품이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민주화 투쟁이 결실을 맺기 시작한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일제 말, 김사량은 세계대전이 확산돼 가는 가운데 조선과 일본만이 아니라 타이완과 중국의 문제도 진지하게 사유했다. 이는 민족주의라는 범주에서 논의된 것이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대면서 일본 제국의 불합리한 정책을 상대화해 비판한 것이었다. 이는 김사량의 중국 망명의 내적 동인이기도 했다.
김사량이 제국과 고향(식민지) 그리고 ‘새로운 세계’ 사이에서 했던 고뇌와 좌절이 담긴 문학적 지향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과 완전히 절연된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김사량이 했던 것과 같은 고뇌와 좌절, 흥분과 우울 등을 겪으며 당대의 세계와 국가(사회) 속에서 ‘새로운 세계’를 향한 꿈을 꾸고 있다.
김사량이 가려고 했던 자유와 평화가 보장되는 ‘새로운 세계’는 여전히 추구해야 할 미완의 가치로 남아있다. 암흑 속에서 ‘빛’을 향해 나아가려 했던 한 작가의 광망(光芒)은 문학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 책장에 꽂아두기에는 여전히 ‘지금 여기’의 삶과 맞닿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사량문학은 현재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김사량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이 책은 일제 말과 해방 직후에 쓰인 김사량의 거의 전 작품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시기적으로는 김사량이 일본에서 체류한 기간(1932~1941)부터 조선으로 송환돼 활동하다 중국으로 망명해 ‘해방’을 맞이한 시기(1941~1946)까지가 검토 대상이다.
총 15편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제1부에서 김사량의 일본 체험과 문학을, 제2부에서 문예통제기 식민지 작가의 글쓰기를, 제3부에서 김사량문학의 개작/번역 과정에 드러난 창작 전략을, 제4부에서 김사량의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길을 분석해 실었다.
이 책은 김사량의 체일 시기를 실증적으로 밝히고, 작품 해석을 더했다. 특히 조선어 작품과 일본어 작품 사이의 관계를 고찰함으로써 그의 현해탄을 향한 지향과 그 파탄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또한 김사량의 중국 망명시기의 작품 고찰과 재일조선인문학자들의 김사량문학에 대한 평가 등을 담아냈다.
본서는 저자가 10년 가까이 김사량문학을 연구하며 발견했던 작품을 포함해 일제 말 김사량의 일본어 창작의 전체상을 구체적으로 포착해 냈다. 시대의 어둠을 뚫고 빛을 향해 나아간 작가 김사량과 그의 문학을 최대한 당대적 시각으로 포착하고, 그를 둘러싼 자료를 새롭게 찾아내 재구성하고 해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