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와타나베 나오키를 중심으로 2006년 봄부터 현재까지 도쿄의 무사시대학[武蔵大学]에서 계속되어 온 ‘인문평론연구회’의 결코 짧지 않은 탐구의 연구 성과이다. 수록된 글의 상당수는 일본, 캐나다에서의 학술회의와 각 저자의 연구 활동 공간에서 이미 여러 언어로 발표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성과를 번역하고 수정하여 한 자리에 모으는 일이 저자에게나 학계에 ‘식민지 말 조선문화’ 연구의 변폭들을 확인시켜주고 있을 뿐 아니라,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의미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식민지 말의 문학 및 문화현상과 관련된 전체 4부 13편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부 「전시(戰時) 지적 협력의 논리 구조」에서는 주로 식민지 말의 문학 및 사상의 전체상을 조망한 글들, 특히 ‘협력의 논리 및 윤리’와 관련된 글들이다. ‘식민지 말’이라는 시대 표지는 흔히 중일전쟁 이후의 전시 체제, ‘비상사태(예외상태)’라는 비결정성/초결정성의 세계에 대한 파악을 방해하는 요소로서 기능하곤 한다. 제2부 「세계ㆍ제국ㆍ로컬-문화의 위계와 고통의 네트워크」에서는 주로 제국문화의 위계 및 소수자문학의 네트워크를 논한 글들이다. 세계와 제국의 위계에 의해 생겨나는 번역의 정치, 인종 문제, 소수자 문학의 문제들을 논하고 있다. 제3부 「시학ㆍ정치ㆍ자본-국민문학의 이념과 시장」에는 국민문학의 기치 아래 창작된 실제적 창작물들과 그것이 유통되는 방식에 대해 논한 글들이다. 제4부 「미디어ㆍ표상ㆍ국민문화」에는 식민지 말의 프로파간다 영화 및 국민연극을 다룬 두 편의 글과 식민지기에 형성된 문화적 표상들이 후기 식민지라는 상이한 문화적 장 안으로 귀환되는 방식을 다룬 글 한 편이 실려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과 일본, 미국 등지에서는 식민지 조선의 문학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한 심도 있는 연구 성과가 거듭 발표되고 있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지고,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낸 이 책은 한국 근대문학 연구, 식민지 말 문화 현상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