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인의 사소한 절망과 인간 내면의 짙은 어둠을 담아낼 줄 알았던 한설야,
한설야는 한국근대문학사에서 누구보다 노력하는 작가였다. 그렇기에 통념과는 달리 늘 방황하는 자이기도 했다. 식민지 시기 내내 이어진 여러 번의 투옥과 북한에서의 숙청은 그의 노력과 방황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한설야는 식민지 문학, 북한 문학, 나아가 통일 문학을 사유할 때 몇 번이고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이 책은 그의 노력이 문학화 되는 방식을 탐구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특히 그동안의 한설야 문학연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했던 서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췄다. 이 책의 출발은 그야말로 문학사의 빈칸을 채우고자 하는 ‘담소심소(膽小心小)’한 것이었다.
한설야 문학은 그 주의주장이나 운동형태만으로, 혹은 그것이 성취된 고정된 상태만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의 총체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능한 한설야의 모든 작품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한설야 소설의 전모를 밝혀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북한에서 창작된 소설들을 식민지시기에 창작된 소설들과 똑같은 비중을 두고 연구하려고 했다. 북한이라는 체제는 우리가 사는 체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북한문학의 연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그러한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서라도 적극적인 분석과 해석이 따라야 할 시기라고 판단된다. 북한문학의 형성과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설야를 본격적으로 연구함에 있어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다음으로 일제 말에 창작된 일본어 소설들을 고찰하였는데, 이 시기 문학은 한설야 문학의 이채가 아니라 해방 이전 문학과 해방 이후 문학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고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설야 연구에 있어서는 그의 작품이 지닌 고유한 형식미학에 대한 연구가 가장 소홀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서 한설야가 자신의 소설을 어떠한 방식으로 서사화했는지를 살펴보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2장에서는 한설야 소설에 나타난 성장의 구성방식을, ‘도제 관계만 단독으로 나타난 구조’, ‘도제 관계와 연애관계가 중첩되어 나타난 구조’, ‘가족 관계를 통해 드러난 성장의 서사’로 나누어 살펴볼 것이다. 3장에서는 초점화의 문제를 바탕으로 현실 재현의 변모양상과 의미를 살펴볼 것이다. 4장에서는 한설야 소설을 관통하는 의미동위소의 관계를 바탕으로 각각의 소설들을 생산하고 변형시키는 세계관의 공통구조를 해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