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가 낸 10년 전 첫 책도 한일문학 관련서였다. 저자는 80년대 말의 유학 체험, 근래의 일본에서의 직장 체험 등을 관련지어 보니, 이 분야의 인생과 운명 비슷한 인연이 있었음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을 헤아려 보면, 1910년대 중후반(대정시대) 유학생인 주요한,김여제,김억,나경석, 그리고 1930년대(소화시대) 유학생이거나 동시대 체험자인 김종한과 김소운, 그리고 1930년대 후반 이광수의 친일론 및 그와 아베 미츠이에[阿部充家]와의 교류관계, 그리고 조선인이 쓴 일본어 시의 순이다.
김여제는 미발굴 작품을 공개하고, 생애의 대략을 정리했다.
김종한은 그의 시와 어법은 아주 젊고 철없고 직설적이면서도 ‘끼’가 넘친다. 전쟁 시까지도 그렇다. 명예욕과 자아 실현욕구에 충만할 수밖에 없는 젊음의 시대, 그는 그것을 총동원시대와 함께 하다가 해방 바로 전 해에 갔다. 윤동주와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비극의 주인공이라 해도 될 것이다. 이광수, 인생 자체가 고전적인 문학작품인 인물. 한국문학사와 정신사가 남긴 가장 값비싸고 귀한 유품 중의 하나이되, 그에게 애정을 표할 때는 조심스러워야 하는, 주홍글씨의 주인공 같은 존재. 그 역시도 마지막까지 젊게 살다 간 이가 아닐까. 다른 이는 해도 되나, 그만은 해서는 안 되는 행동과 말을 결국 풍부하게 남기고, 한국사회의 혹독한 응보의 한가운데를 아직까지도 살고 있는 인물. 그가 한국사회 속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은, 그를 비판하는 모든 한국인이 자기와의 관계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아베 미츠이에[阿部充家]는, 그가 갖고 있었던 역사적,지성사적 비중에 비해 남긴 자료도 선행 연구도 너무 부족한 인물이다. 한국지식인사의 비밀을 가득 안고 있는 인물일 뿐만 아니라, 인격적 측면에서도 독특한 풍모를 갖고 있었던 인물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이광수의 "무부츠옹의 추억"은, 아베와 한국 지식인과의 교분에 관한 기록 중에서는 아주 보기 드문 유형의 글이다. 식민지 경영자 측의 막후 ‘브레인’인 아베와, 피지배자측의 낭만적 ‘브레인’인 이광수가 절망적인 시대 속에서 나누고 있었던 은밀한 영적 교감을 이 기록 속에서 읽을 수 있다. "조선인이 쓴 일본어 시"는 한국인이 직시하기 싫은 식민지시대 정신사의 유물 중의 하나다. 그래도 한국인 스스로의 힘으로 꿋꿋하고 정직하게 보아내고 감당해내야 하는 분야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