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역사연구회 토지대장연구반이 수행한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사업에 대한 연구의 두 번째 책이다. 공동 연구반은 1988년 12월부터 매월 모임을 가지면서 대한제국이 전국의 토지를 조사하면서 생산한 ‘광무양안’과 ‘관계(官契)’ 및 주변자료를 토대로 본격 연구한 결과를 1995년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사업』(민음사)으로 간행하였다. 이 책은 그 후 대한제국기 토지제도에 대한 공동 연구반 성원들이 집필한 논문들을 모은 것이다.
책의 제1부에서는 대한제국의 경제제도와 양전·관계발급사업을 중심으로 한 토지제도를 다루었다. 대한제국이 호구조사와 토지조사를 실시하게 된 의미를 경제정책 전반과 관련지어 검토하였다. 또한 양전사업과 관계발급사업에 대한 연구사의 쟁점과 대안을 살피면서 근대 토지소유제도의 변천과 광무 양전·관계사업의 논쟁점을 새롭게 정리하였다. 갑오개혁 이후 일제의 토지조사사업까지 토지측량과 소유권 조사에 관한 최근의 연구사를 빠짐없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충청북도 충주군의 양전 사례연구에서는 당시 지주제에서 소유권 중심의 농업경영보다는 경영 중심의 농업경영이 활발하였다는 점을 확인하고 경영지주와 경영형 부농의 존재형태를 추적하였다. 경기도 용인군 사례연구에서는 광무양안과 토지조사부의 비교를 통하여 두 장부의 특성을 설명하면서도 광무 양전·지계사업이 가지는 내재적 근대화의 방향을 강조하여 수세실결의 확보, 실면적 산출의지, 중답주의 제거방향, 소유권증서로서의 관계 발급 등의 성과에 주목하였다. 이렇게 이 시기 경제제도와 양전·관계발급사업의 추이와 실태를 검토함으로써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와 일제의 조선토지조사사업을 상호 비교하여 양 사업의 특성을 파악하였다.
제2부에서는 대한제국기 근대적 토지소유권의 형성문제를 다루었다. 갑오개혁 이후 국유지 조사과정을 검토하고 국유지와 중답주의 관계를 비롯하여 국유지 조사의 제 측면을 다각도로 다루고 있어 국유지 확대 정책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19세기 후반 가계제도의 도입과 시행과정을 통해 한성부와 개항장을 중심으로 국내의 토지 가옥 소유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가계 제도의 변천과 더불어 외국인의 토지침탈 대책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1905년 이후 토지소유권 제도의 근대화를 둘러싼 대한제국측과 일제측과의 갈등, 일제에 의한 소유권 법제화의 귀결과정을 검토하고 있다.
제3부에서는 대한제국의 양전사업과 관계발급사업에 대한 쟁점과 토론에 관한 글을 모았다. 이전의 대한제국 토지조사사업 연구성과에 대한 서평 및 논평을 비롯하여 최근까지 쟁점이 된 내용을 소개하였다. 특히 1995년에 발간된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사업』을 둘러싼 한국사학계와 경제사학계 사이에 벌어진 서평과 논쟁점을 소개하고 있어 대한제국의 양전사업 논쟁 구도의 성격과 현재적 의미를 알 수 있다.
그동안 대한제국의 양전·관계발급사업 연구에서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 것은 대한제국 정권의 다른 근대개혁정책과 유기적으로 연결지으면서 설명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한제국의 토지조사사업을 지주자본 육성을 위한 대지주정책이나 식산흥업을 위한 재정정책 등과 연관시킨다든지, 혹은 이 사업 자체에 대한 미시적 연구를 대한제국 정권의 근대개혁 전체에 대한 거시적 연구와 유기적으로 결합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일제의 침략에 대항한 고종의 전략, 그리고 대한제국기 경제발전의 수준과 근대화 정책의 성격을 파악하고자 하는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 이러한 대한제국의 근대이행 과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역으로 대한제국이 행한 토지조사사업의 미시적 연구의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들의 생각이다. 그래야만 흐트러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대한제국 논쟁과 근대 이행의 거대 담론을 풀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역사연구회 토지대장연구반은 지금까지 20년간의 공동연구성과를 토대로 하여 앞으로 내재적 발전론이나 사회구성체적 시각을 넘어서서, 동아시아의 토지제도를 비교사적인 맥락에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근대’가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작업을 계속하려 한다. 그 작업이 완료될 때, 비로소 이들의 ‘황소걸음’도 역사학계의 귀중한 이정표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