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꿈꾸는 논문 쓰기란 주체의 있고 없음이 무한히 길항작용을 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또, 저자는 문학 연구의 주체란 비어 있는 중심이나 내용을 갖지 않는 좌표계와 같아야 한다고 믿는다. 작품을 재단하는 폭력적 주체가 아니라 작품이 말하는 바를 옳게 들으려 부단히 노력하는 수동적 주체여야 하는 것이다. 주체이되 주체가 아닌 것, 이름을 걸고 논문을 쓰되 실상 자신은 없어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지향하는 문학 연구자의 초상이다.
이 책은 1900년대에서 1950년대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소설사의 주요 작품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모았다.
1부는 한국 근대소설과 우연의 문제 및 근대소설 연구 동향에 대한 비판적 제언을 담고 있다.
2부는 이인직,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최서해, 이상의 소설세계를 조명하는 6편의 논문을 모아 근대소설사를 이루는 여러 갈래 소설들의 특징을 심층적으로 살피고 있다.
3부는 채만식과 김동리 등을 대상으로 하여 해방에서 1950년대에 이르는 현대소설의 주제와 형식을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서는 소설작품의 서사구성 및 주제효과를 치밀하게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들을 교정하고 보충하는 특징을 보인다. 머리말에서 확인되는 저자의 주장대로 국문학 연구의 평론화 및 정론화 경향을 지양하고, 소설미학적인 분석에 입각하여 설득력 있는 논지를 펴는 것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