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과 개인성』은 ‘근대문학’의 ‘개인’을 ‘기원’의 관점에서 사유하는 대신 다양한 복수성의 기호로 분석한 연구이다.
그래서 진정한 ‘개인’의 원형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의 다양한 차이에 집중한다. 그동안 근대문학의 ‘개인들’이 ‘개인’으로만 환원되었다면, 이 책에서는 각각의 개인들이 하나의 얼굴로 환원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근대의 안과 밖에서 공존한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그동안 근대문학의 중요 장치였던 ‘내면’의 특권성 대신 내면이 어떻게 ‘근대’ 내부와 연결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은 근대문학의 종언이 운운되는 현실에서,‘개인’의 문제를 차이의 감각으로 사유함으로써근대문학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근대의 마을 곳곳에서 광장을 발견하고 있는 ‘정치적 개인’과 앎을 붙잡고 해석하는 자로 등장한 ‘계몽적 개인’, 그리고 진정성을 부르짖는 ‘감정적 개인’과 도시 시장 속에서 욕망의 시선으로 등장하고 있는 ‘취향의 개인’ 등 이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존하며 근대의 얼굴임을 자부한다. 이들은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되는 기원의 개인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개인성을 가진 ‘개인들’이다. ‘정치’와 ‘지식’ 그리고 ‘감정’과 ‘취향’은 각자가 소지하고 있는 서로 다른 개인성의 동력이다. 그래서 토론의 민주적 형식 속에서 개인과 ‘광장’이 탄생하거나, 세계를 ‘학교’로 대체하며 성숙의 도정에 놓인다. 또, ‘골방’ 속에서 절대적 내면의 미학화를 도모하거나 도시 ‘거리’에서 개인/세계, 내면/외면의 자리바꿈을 통해 그 경계를 지워나간다.
이들이 근대의 내부에서 근대의 얼굴임을 말하고 있다면, 근대 외부에서 또다른 개인성을 말하는 ‘개인들’도 살펴보았다. 성별위계와 자본주의적 노동을 가로질러 이 제도 밖에서 집합적·복수적 개인성을 구성하고 것이 그것이다.
관계지향적인 집합적 개체로서의 개인성과, 노동/놀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복수성의 기호로 등장하는 개인성이 그것인데, 이들은 낭만적 사랑 속에서 고결한 내면과 숭고한 정신을 꿈꾸는 대신 ‘관계’ 속에서 개인성을 만들어가거나 근대의 어른/어린이도 아닌 ‘아해’를 불러내어 개인의 신체에서 발원하는 무한생성의 유희를 펼친다. 이를 통해 근대를 넘어서는 개인이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 일별해 보았다. 즉, ‘정치적 개인’, ‘계몽적 개인’, ‘감정의 개인’, ‘취향의 개인’ 등이 근대 내부에서 근대를 꿈꾸고 근대와 접속하며 근대의 얼굴로 자리하고 있다면, 근대 외부에서 ‘집합적 개인’으로, ‘다형적 개인’으로 근대 바깥을 상상하는 또다른 개인들도 근대문학의 또다른 얼굴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근대문학은 ‘개인’과 ‘세계’라는 이분화된 틀 안에서 재구된다. 그래서 ‘개인’과 ‘세계’가 마치 분리 가능한 개념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욱이 세계와 분리될 수 있는 ‘개인’이 표상되고 실체화되면서 ‘개인’이 분명한 특질을 가지는 인격화된 ‘누구’로 사고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개인’이 ‘누구’인지 묻는 대신 개인들 내외부에 놓인 ‘무엇’에 대해 묻고 있다. 개인이 ‘누구’로 표상되는 것에 집중하는 대신, 개인의 ‘무엇’인 채로 시대와 관계맺는지 하는 문제에 집중한 것이다.
근대문학에서 개인이 다른 개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진정한 세계의 탐구자로 특권화되는 한 ‘근대문학’은 근대문학의 한계를 스스로 노정하게 된다. 근대문학은 ‘개인’과 ‘세계’의 대립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 ‘과’ 세계의 관계성 속에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