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덥워’ 아닌 ‘더워’가 됐나… 맞춤법 통일 40년 재구성
[책과 길] <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사를 통해 본 근대의 언어사상사
김병문 지음, 뿌리와이파리
한글날을 앞두고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김병문 연세대 근대한국학연구소 부교수가 쓴 ‘<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사를 통해 본 근대의 언어사상사’는 한글 표기법 통일 과정을 통해 국어의 탄생기를 들려준다. 1890년대 근대계몽기에 국문 논의가 시작돼 1933년 조선어학회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 제정으로 완료되기까지 40여년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현재는 ‘맞춤법’이 맞지만 1930년대엔 ‘마춤법’으로 썼다.한 국가의 공용어이자 공식어인 ‘국어’는 말을 글자로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와 관련한 규칙인 표기법의 제정과 함께 비로소 시작된다. 근대는 민족을 단위로 한 국민국가가 전 세계를 뒤덮어가는 시기였는데, 이를 언어적 측면에서 보면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각국의 민족어들이 표기법을 갖추고 표준화되어 국어의 지위에 오르는 과정이기도 했다.
전근대적 언어 상황에서는 제국의 언어가 보편 문어로 기능하면서 공적, 학술적, 종교적 텍스를 장악하는 대신, 입으로 내뱉는 일상어로는 각 지역의 세속어(모어, 민족어)가 사용됐다. 이와 같이 한 사회에서 두 개의 언어가 사용되는 ‘다이글로시아(diglossia)’ 상황을 극복하고 단일언어사회로 나아가는 일을 저자는 ‘언어적 근대’라고 표현한다.
언어적 근대란 다시 말하면 일상어를 말하기 뿐만 아니라 쓰기를 포함하는 의사소통의 전 영역으로 확대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표기법 문제가 제기된다. 근대 이전에는 세속어로의 글쓰기 자체가 일반적인 게 아니었고 모범이 될 만한 문장의 형태도, 합의된 표기법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세속어를 글쓰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기법의 통일이 필수적으로 요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