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과 팬데믹은 인간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국민국가의 벽이 21세기 글로벌시대에도 여전히 강고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중이다. 이 글에서는 팬데믹 선포 이후 국경의 벽 앞에서 좌충우돌했던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그럼에도 여전히 소중한 ‘타자’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나는 일본 교토의 한 사립대학에서 10년이 넘게 역사학을 공부하고, 2018년 여름 한국에 돌아왔다. 귀국 직후에는 아직 교토에서 생활 중인 와이프와 두 아이를 만나기 위해 자주 일본을 왕래했다. 그러나 2020년 1월 무렵부터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며 분위기가 묘해지더니 급기야 일본 정부는 일련의 입국 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일본 재류 자격을 소지하고 있던 나는 3월에 도항했다. 언제나 사람으로 북적거리던 인천공항은 텅텅 비어 있었고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아서 무언가 그로테스크한 느낌까지 받았다. 항공사 직원들은 거듭 “가는 건 당신 자유지만,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른다”며 나를 겁박했다. 나는 처음으로 승무원 숫자보다 승객이 적은 비행기에 타볼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일본 간사이공항에 도착했다. 일본 특유의 꼼꼼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류를 몇 장 쓰고 발열 체크를 하는 것 이외에 특별한 절차는 없었다. 대중교통 이용이 금지되었기에 와이프가 렌터카를 끌고 왔지만, 확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나는 그냥 열차나 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었다. 다만 며칠 뒤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공항 방역요원들이 모두 의료용 방호복을 입고 있어서 긴장감이 감돌았고, 입국자들은 정해진 동선에 따라서 움직여야만 했다. 엄격한 개인정보 체크가 이루어졌으며, 핸드폰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번호가 맞는지까지 확인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절차가 매우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되는 점이 놀라웠다. 일본의 간사이공항이 시골 면사무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출처 : 대학지성 In&Out(http://www.uni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