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학회 ‘마춤법 통일안’ 중심
우리말 표기법 형성되는 과정 살펴
표준어·소리대로·어법 3대 원칙
“이질적·복수적 규범 불가능한가”
‘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사를 통해 본 근대의 언어사상사
김병문 지음 l 뿌리와이파리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우리는 ‘한글 맞춤법’(2017년 고시) 제1장 총칙의 제1항에 나오는 이 문장에 따라 우리말을 글로 담는다. 이 원칙의 뿌리를 좇으면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제정한 ‘한글 마춤법 통일안’(이하 통일안)에 닿는다. 맞춤법에 여러 차례 수정이 있었지만 통일안이 애초 제시했던 이 원칙만은 변하지 않았다. “한글 마춤법(綴字法)은 표준말을 그 소리대로 적되, 語法에 맞도록 함으로써 原則을 삼는다.” ‘표준어’, ‘소리대로’, ‘어법에 맞도록’ 세 가지가 핵심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 원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잘 새겨보면 원칙들 사이에 어떤 긴장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소리대로’와 ‘어법에 맞도록’ 사이의 충돌이 대표적이다. “꽃이[꼬치]”를 소리대로 적으려면 “꼬치”가 되지만 맞춤법은 이를 ‘소리대로’가 아니라 ‘어법에 맞도록’ “꽃이”로 적으라 한다. ‘소리대로’가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애초에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이 아니라 “어법에 맞도록 하되, 예외적인 경우엔 소리대로”로 하지 않았을까?
국어학자 김병문(연세대 미래캠퍼스 근대한국학연구소 부교수)의 <‘한글 마춤법 통일안’ 성립사를 통해 본 근대의 언어사상사>는 1933년 통일안 제정을 중심으로 삼아 우리말과 표기법을 둘러싼 ‘언어적 근대’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파고드는 책이다. 근대로 접어들며 세속 구어로는 각자의 언어를 쓰면서도 보편 문어로는 제국의 언어를 써온 ‘중세적 언어 상황’이 해체되고, 민족어를 중심으로 말과 글을 정비하려는 상황이 찾아온다. 이처럼 언어적 근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읽고 쓸 수 있는 ‘균질적 단일언어’를 창출하는 데 힘쓰게 되는데, 이는 동전의 양면처럼 “해당 공동체에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각종 소수어나 방언을 배제하고 억압하는 운동이나 정책”으로 흐르기도 한다.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지은이는 우리말 표기법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논쟁과 거기에 담긴 사상을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