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이 무슨 소용인가. 정치권이 비방전에 매몰된 상황에서 정치철학은 한가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치인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 또는 “저 사람이 만든다는 나라는 틀렸다”라고 선언할 때 주장의 뿌리는 정치철학에 닿아 있다. 철학자들은 플라톤이 살아 있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누가, 왜, 어떻게 지배해야 하는가’를 연구해왔고 그들이 정립한 사상은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무엇보다 ‘어떤 사회가 정의롭고 공정한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해진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논제로 떠올랐다.
독일의 철학자 오트프리트 회페는 이달 국내에 출판된 ‘정치철학사’에서 기원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한다. 인간이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국가를 이루어 사는 동물)이라는 명제를 이끌어낸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도덕과 윤리로부터 정치를 해방시키면서 사회 전체의 선(공동선)을 그 목표로 제시한 마키아벨리까지 위대한 사상가 20명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그러면서 임마누엘 칸트와 존 롤스의 정치철학에 무게를 둔다. 자유방임적 국가의 한계를 지적하는 작업은 사회복지국가 또는 사회적 국가로의 이행을 정당화하는 결론에 이른다.
출처: 한국일보